MsFactory

평화롭던 일상, 그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 곳곳에 나타난 정체 불명의 우주선들.


관점에 따라 이미 인디펜던스 데이나 월드 인베이젼같은 오락용 SF물에서 보여준


지극히 상투적인 설정이지만 어라이벌은 이 클리셰를 새롭게 풀어냅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외계 존재들과의 만남이란 상황은,


스필버그의 이티나 미지와의 조우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평화로운 만남과 교감의 순간을 통해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오랜 세월 진화해 온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내재된 공포,


즉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에게 해를 주는 존재인지 아닌지를 가려내야하는


고유의 생존 본능 앞에서 미지에 대해 마냥 우호적일 수는 없습니다.


어라이벌 역시 이러한 두려움으로 인해 대혼란에 빠지는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어쨌든 쟤네들 뭐하러 여기까지 날아온거임? 집에 언제 감?



이라는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선택된, 딸을 잃은 기억을 간직한 언어 학자 '루이스'와 이과생 호크아이 성님.


첫 컨택트의 두려움도 잠시, 주인공 성님들은 왜 온거냐고 물어볼려고 언어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치고 동시에 그들의 언어도 배우면서 외계인들과의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성질 급한 높으신 분들의 보챔을 대충 흘려 들으며 어찌저찌 도달한 저 질문의 답은


'USE WEAPON'.


이 답변으로 인류의 공포는 극에 달하고


중국 등의 국가들은 전쟁을 결의하기에 이릅니다.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




극단적인 상황을 막고자 루이스와 호크아이 성님은 방법을 갈구하지만,


권력 앞에서 학자들이 적어도 물리적으로 맞설 수 있는 일은 없는 법...


하지만 루이스가 외계인과 다시 대화하면서 그들로부터 선뜻 이해되지 않는 말들을 듣게 되고


그와 동시에 조금씩 실마리가 풀려가며 영화는 결말을 향해 달려갑니다.


또한 이보다 앞선 장면에서 언급되는


언어가 사고 방식을 결정한다는 한 언어 이론대로


외계의 언어를 익힌 루이스 역시 변화를 겪으면서 새로운 시야를 깨닫게 되는데....


원형의 모양을 한 그들의 문자와, 딸에 대한 기억 그리고 USE WEAPON은


과연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해보면서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극장에서 보기 잘했다 싶은 신개념 SF영화입니다.


오랜만에 참다운 SF영화를 봤달까요?


SF의 묘미는 우리가 절대적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지는 지점에서 그 재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스텔라가 표현한 5차원의 세계처럼요.


스포는 지양하기에 더 이상 적을 수는 없지만


어라이벌 역시 우리의 절대성을 무너트리며 뒤통수 맞은 듯한 참신함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매 씬마다 음향이 적절하고 훌륭해서 아카데미상 음향상 예약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수상했네요.


컨택트라고 이름 바꿔놓고, 스릴러니 서스펜스니 왈가왈부할 영화가 아닌데 ㅂㄷㅂ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