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Factory


무료한 찰나에, 스라소니에 관심 갖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을 써봅니다.



때는 2014년,


강원도 철원의 GOP,


최전방 철책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야간 근무조로 자정이 넘은 시각에 철책 순찰을 돌고 있었죠.


지오피 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지오피라는 곳이 철책 너머로는 디엠지와 북한이고


철책 안으로는 우리 군 소초가 첩첩산중에 띄엄띄엄 하나씩 있을 뿐입니다.


민간인 통제구역이다보니 민가의 불빛은 저 멀리에나 아득히 보일 뿐이죠.


민간인 나타날 일도 거의 없고, 나타나면?! 그건 그거대로 심각한 문제구요.



이렇게 인적이 드문 환경인 곳이라 순찰을 돌면 믿을건


같이 순찰도는 부사수 뿐이었습니다.


아무튼 그 날도 둘이서 순찰을 도는데


순찰로 옆의 남쪽방향으로 철책 맞은편에 있는 수풀에서


갑자기 부스럭 소리가 나는게 아니겠습니까.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순찰로 좌우로 한쪽에는 철책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수풀이 있는데


원래 그 순찰로가 있던 곳은 언덕 아래 완만한 곳 한복판을 참호처럼 파서 길을 내고


옆을 깎아 만든 곳이라,


언덕의 단면이 수직으로 제 허리 높이 정도까지 드러나 있는 곳 위부터


바로 경사진 언덕과 수풀이 펼쳐져있는 구조였습니다.



그런 수풀에서 소리가 나는데


그 시기만 해도 ㄹ혜 정권이라, 북한과 사이도 안좋았고


실제로도 좀 지나서 목함지뢰 도발 사건까지 터졌었죠.


그 때도 언론에는 크게 안나왔지만 뭔가 일이 있었어서


경계강화하라고 명령이 왔었던 터라


에이 걍 뭐 너구리같은거겠지 뭐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풀을 살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수풀을 살펴보자마자 수풀 사이로


웬 고양이과 맹수같은 얼굴이 갑자기 나타나는게 아니겠습니까.


경계등 불빛이 꺼지면 칠흙같은 어둠뿐인 첩첩산중 최전방 철책에서


고작 1m 정도의 간격을 사이에 두고 경계등 불빛에 의지해 보게된


정체 모를 맹수같은 얼굴은 순간 옛날 홍콩할매귀신급의 비주얼이었죠.



그 괴생명체와 눈이 마주쳐버린 저는


순간 저도 모르게 으앗! 하고 놀라버렸습니다.


제가 소리를 내자 앞서가던 부사수도 멈추고 돌아보았는데,


그 순간 그 맹수도 놀란건지, 아니면 위협하려고 한건지


수풀에서 저와 제 부사수 사이로 튀어나오더니 곧바로 방향을 틀어


언덕 위를 빠르게 뛰어가며 사라져버렸습니다.



몸집은 확실히 고양이보다는 훨씬 크고, 진돗개보다는 작은 정도였습니다.


얼굴은 앳되어보이는게, 성체는 아니고 갓 새끼티 벗은 느낌이었달까요?


그러나 그 땐 그냥 와 짬타이거가 엄청 크네 하고 말았습니다.


지오피에는 짬타이거를 비롯해, 멧돼지, 까마귀 등등 부대에서 나온 짬을 주워먹고


비대하게 커진 생명체들이 엄청나게 많으니까요.



하지만 그냥 고양이라고 생각하고도 아직까지 제가 녀석을 기억하고 있는건


확실히 고양이라기에는 너무나 개성넘치는 외모 때문이었습니다.


쫑긋한 귀 위로 뭔 더듬이같은게 달려있고,


얼굴 아래로는 수염마냥 갈기같은 털이 자라있고


흙빛 털에 점박이 무늬까지...


그러나 당시 동물에 관심이 없었던 저는 당시엔


"길고양이들은 오동통통하던데, 산고양이는 야생미 넘치는게 간지나게 생겼구먼 ㄷ" 하고 말았답니다.



뒤늦게나마 제가 스라소니를 본거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전역 후에 고양이에 대해 관심이 생겨 고양이들을 어느 정도 알고나니


그 때 제가 본게 고양이라기엔 ?!?!?!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동물 저동물 찾아보다가


보게된 스라소니 사진이


영락없이 그 때 본 그 놈과 똑같이 생겼던 것이죠.



물론 군생활 중이였기에 사진 한 장 없고


공식적으로는 남한에서는 멸종되었다고 보고 있는데다가


제가 진짜 스라소니스럽게 생긴 고양이를 봤을 뿐일 수도 있지만


호랑이나 표범 목격담도 도는데


개인적으로 스라소니 정도라면은 어딘가 살아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삵도 한때는 멸종 얘기까지 나오고 지금도 멸종위기 종이지만


민가에 와서 아저씨랑 애교부리며 노는 장면까지 나오고 있으니깐요 ㅎ